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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네이버(Naver)와 한게임(Hangame)을 중심으로 수백 개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한국 인터넷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막강한 회사를 분석하고, 호불호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작업을 누군가, 언젠가 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한번 시도하려 한다.
세상은 강약과 선악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강약은 비교할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선악은 기준이 있을 수 없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사용해서,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위치에 있는 인터넷 공룡, NHN은 어떨까? 물론 내 주변엔 NHN에 상대적 약자가 많으므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난했던 것과 비슷한 시각이 더 많이 반영되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1. 네이버가 우리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기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세계적인 검색 회사인 구글(http://www.google.com/)은 뛰어난 검색 기술을 바탕으로 진출한 모든 국가마다 평정했다. 그런데 구글은 유독 중국, 우리나라, 체코, 러시아에서만 어려움을 겪는다. 체코와 러시아는 인터넷에 있어서는 비중이 크지 않고, 중국은 정치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므로 논외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독특해 보인다. 기술이나 마케팅 문제 때문일까? 구글 기술이 세계 제일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므로 기술 문제는 아니다. 또 구글 담당자 말로는 2005 년 경에 마케팅에 3000억 원을 쏟아부었었지만, 이 마케팅은 별무소득이었다고 한다. 마케팅 효과는 고사하고, 저렇게 많은 돈으로 마케팅했는지 아는 사람도 없다. 따라서 마케팅 문제라고 볼 수도 없다.
① 대중을 위한 UX 구축
◎ 네이버 알바 활용
NHN을 비판하는 사람은 항상 네이버를 관리하는 알바를 비난해 왔다. 디씨인사이트(DCinside) 등 알바를 활용하는 사이트는 많은데 왜 유독 네이버만 비난받는 것일까? 이것도 1위 기업이기 때문일까?
네이버 이해진 대표는 지식iN(지식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람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라는 취지로 처음으로 알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식iN 이전에 우리나라 질답사이트 가운데 가장 활성화되어 있었던 한겨레신문 디비딕(DBDic) 서비스가 2002 년 9 월의 유료화의 홍역을 겪는 사이 2002 년 10 월 문을 열게 된 지식iN은, 디비딕에서 뛰쳐나온 파워유저를 흡수하여 답변의 질을 확보하고, 중국 조선족 알바로 양을 보강하여 서비스 활성화를 시도한다.
알바는 주로 중국 조선족이 이용되는데, 법적으로 알바를 활용해 유해한 컨텐트를 삭제해야 한다는 정보통신법이 시행되기 이전까지 NHN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는 없다. 지식iN 알바를 만들었던 2002 년 경엔 천 명 가까운 알바가 있었으나, 지금은 몇백 명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2
네이버는 지식iN 성공 이후 알바를 지속적으로, 폭넓게 활용하였다. 2006 년 네이버가 신규서비스로 블링크(http://blink.naver.com/)를 런칭했을 때, 내가 직접 스팸대책을 문의하자 직원이 직접 감시하여 삭제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물론 스팸 지우는데 고급인력을 쓰지는 않을 테니, 알바를 동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네이버는 지식iN 성공 이후, 알바를 서비스 관리를 위한 기본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3
NHN이 서비스를 운영할 때는 DB의 질이나 사회적 정의같은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네이버는 지식iN 서비스에서 알바를 동원해 무단펌질하여 정상적인 컨텐트 유통을 방해하고, 그렇잖아도 무단펌질을 많이 하던 대중에게 더 강한 습관을 형성시켰다. 지식iN 초기에 좋은 질의 답변을 올리던 디비딕(DBDic) 파워유저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활동을 중단한다. 이들은 디비딕(DBDic)을 사용할 때부터 펌한 답변은 삭제를 요구하고, 답변채택을 못 하게 만듦으로서 고급 컨텐트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니 지식iN 활동에서 의미를 못 찾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그들이 활동한 몇 달의 시간은 지식iN 스스로 돌아갈만큼의 컨텐트가 모아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식iN 안의 질문과 답변이 100만 개가 되자 서비스 스스로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여, 이후 대중이 인터넷의 온갖 정보를 지식인 안으로 퍼나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 이후엔 경쟁사들도 비슷한 활동을 했지만, 정보가 가장 많이 모여있고, 알바가 (질은 낮았지만) 계속 데이터를 생산하는 지식iN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질 높은 정보를 생산하거나 판별할 수 있는 사용자가 요구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급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도 디비딕(DBDic)에서 넘어왔던 파워유저처럼 네이버를 떠난다. 4
이런 변화는 다른 포털도 (표면적으로라도 펌을 억제하던 기존의 정책을 버리고) 네이버를 따라 펌을 묵인하는 정책을 취하게 되어 모든 포털의 메인에 펌한 글이 노출되는 결과를 불러온다.
네이버는 이처럼 알바와 대중의 펌질을 통해 인터넷상의 거의 모든 한글 데이터를 지식iN, 블로그, 카페에 모았다. 네이버는 이를 검색DB로 사용한다. 블로터가 공개한 NHN 서비스정책센터장 최인혁 이사의 인터뷰에서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자.
네이버는 커뮤니티도 검색과 연관된 모델을 하고 싶었다. 아바타를 할까 블로그를 할까, 여러 모델을 고민하다가 블로그를 선택했다. 사람들이 깊이 있는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제공하고자 했다.
블로그 잘 되려면 핵심은 두 가지다. 무엇보다, 내가 글을 썼는데 방문을 안 해주면 쓸 이유가 없다. 여기에 ‘소셜’한 관계가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블로그를 처음 만들 때부터 ‘이웃’과 ‘구독’ 개념을 넣었다. 소셜 기능이 안 들어가면 활성화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블로그 글을 다시 검색에 반영했다.
그러다보니 집단지성이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당시 여럿이 함께 글 쓰기에 가장 적당한 서비스가 카페였다. 카페 DB를 검색에 넣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음 카페도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모두 검색을 막아놓았다. 네이버가 카페 서비스를 내놓은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카페는 사람을 묶어주는 서비스다. 많은 이들이 쉽게 찾아오게 하려면 멤버가 아니더라도 쉽게 찾아와야 한다. 그래서 네이버는 열린 카페를 지향했다.
- 출처 : “네이버가 폐쇄적? 경쟁사에만 닫았을 뿐”
이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꽤 초기부터 중요한 요소를 위해 서비스를 설계한 것처럼 보이지만, 네이버는 검색엔진 DB를 모으는 웹봇에 대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을 웹봇처럼 여겼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지금도 그런 일을 하는 사용자는 많다. 한 예로서 돈마니의 블로그(http://donmany0203.blog.me)는 내 글을 포함해 꽤 많은 2'4000 개가 넘는 글을 퍼모았다. 여기다가 무단 컨텐트 도용을 저작권자가 삭제하려 해도, 매번 해당 주소를 알려주고 필요한 서류를 제공해야 하는 등, 삭제를 신청하기엔 현실적으로 문턱이 너무 높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퍼나르기는 쉽고, 차단은 어려우므로,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무단 컨텐트 도용에 상관하지 말라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펌은 이후 네이버 검색 점유율의 가장 큰 밑천이 된다. 5
참고삼아 이야기하자면, 당시 네이버 블로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블로그 서비스엔 '이웃'과 '구독' 개념이 있었다. 엠파스에서는 최초로 자기가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남긴 댓글과 답글을 볼 수 있는 기능도 생기는 등, 네이버 블로그보다 소셜 기능이 더 강화되어 있었다. (당시 엠파스 블로그가 갖었던 문제라면 직무유기에 가까울 정도로 블로거를 무시하는 직원 태도였다.)
계속 같은 글을 살펴보면 NHN 서비스정책센터장 최인혁 이사의 이상한 생각 또는 오해를 발견할 수 있다.
- 네이버가 하도 폐쇄적이라고들 말해서, 우리가 몇 달 동안 외부 크롤링을 비교해봤다. 예컨대 구글과 외부 크롤링 내용을 비교해보니 네이버가 더 개방적이었다. 우리는 블로그도, 카페도 모두 열어두고 있다.
- 개방에 대한 네이버 생각은 이렇다. 개방을 안 하려는 게 아니라, 자사 이익과 이용자 이익을 균형 맞춰 경쟁사 수준으로 하자는 것이다. 경쟁사도 자사 핵심 서비스는 개방하지 않고 있다. 구글도 다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 공동으로 서비스하면 좋은 분야도 있다. 예컨대 지도 서비스는 공동 제작하고 나눠쓰면 서로 좋다. 중복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 영역이다. 그래서 네이버는 경쟁사가 거리지도 서비스를 할 때도 안 했다. 그런 건 공동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헌데 상대방이 이를 경쟁 요소로 강화하면, 우리도 결국 안 할 수 없다.
- 구글은 모바일 OS란 플랫폼 장악력을 가진 기업이다.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말하지만, 디폴트 앱이나 모바일 서비스는 자신들이 장악하려 한다. 안드로이드는 단말기 회사엔 개방적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앱에 대해선 구글이 네이버나 다음에 대해 폐쇄적이다. 우리는 이용자들이 구글 외에 네이버나 다음 검색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우선 D를 살펴보면, 안드로이드 오픈플랫폼과 모바일에 대해서 이해를 전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네이버가 모바일 서비스에서 삽질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기사를 정리한 우공이산 님이 저 문구를 놓고 상당히 고심했을 것 같다. C를 이야기하면서 메타블로그에는 벤처가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진출하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 뜻을 풀이하면, 사실은 시장이 커질 수 없어서 네이버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거리지도 서비스가 영향력이 클 것이므로 네이버도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A와 B는 설명 없이 넘어가자. 혹시 궁금하시면 행간을 읽는 연습에 활용해 보시면 좋겠다.)
NHN의 또 다른 한가지 전략은 두산 백과사전 전략에 있다. 2000 년 1 월에 두산동아는 수십억 원을 들여 자사가 발행했었던 두산백과사전의 증보판인 엔싸이버를 CD 2장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판매가 부진하여 사업을 포기할 수준에 이른다. 이에 네이버는 두산 백과사전을 자사가 이용하는 조건으로 150억 원을 지급한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에는 질 좋은 컨텐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므로, 네이버가 두산 백과사전을 검색에 노출시키자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간다. 특히 과제를 위한 학생의 검색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6
◎ 네이버 UX의 의미
NHN이 보여주는 세상은 분명하다. 네이버는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쉽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수천의 인기검색어 검색페이지는 대중이 보기 좋게 (네이버 직원(알바)이 딱 한 페이지만) 편집한다. 즉 대중 취향에 딱 맞도록 결과를 제시한다. 이 편집 결과에 습관든 사용자는 다른 검색엔진을 쓰기가 어렵다.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구글 검색 결과에 좋은 컨텐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분명해서, 네이버 알바가 가치를 평가할 수 없어 버려지는 (흔히 DCInside에서 개념글이라고 불리는 것 같은) 고급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직접 그 결과를 어느정도는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리 고급 정보가 필요없는 보통 사용자는 네이버를 이용하면 구글 검색결과 안에서 또 찾아다녀야 하는 노력과 시간이 절약되므로 편하다. 그래서 대중은 네이버를 떠나지 못한다.
네이버가 구축한 UX는 많은 장점이 있다. 검색엔진에서 사용자에게 어떤 것을 우선 보여줘야 하는지를 처음 보여준 것은 네이버 UX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구글도 일부 UX를 네이버를 따라 개편했다. 네이버가 블로그 UX를 쉽게 만들어 사용성을 개선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가 지금처럼 인터넷의 주된 도구로 자리잡는데 훨씬 오래 걸렸을 것이다. 컴퓨터의 'ㅋ'자도 모르는 가정주부나 직장인이 컨텐트를 생산하며 블로깅하는 이면에는 NHN의 공이 분명히 있다.
이런 네이버의 선견지명 때문에 네이버가 UX를 수정하면 다른 포털도 비슷하게 따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네이버가 사용자를 길들이는 과정에 대한 한 예는 '위키피디아, 지식인과 집단지성의 힘 (2주년 기념 포럼 #2/3)'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2008년 네이버는 한글 위키백과(http://ko.wikipedia.org/)에 지원금을 주면서 컨텐트를 네이버 검색화면 최상단에 노출시키기 시작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네이버는 이미 두산백과사전 컨텐트를 검색을 통해 제공하고 있었기에 당시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10년, 네이버에서 검색할 때 위키백과 검색결과는 최상단이 아니라 하단의 웹문서 검색결과에 섞여나온다. 이는 네이버는 검색품질이 아니라 사용자 이용습관을 유지함으로서 검색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키백과를 검색하기 위해 다른 검색엔진을 사용하던 사용자의 검색습관을 네이버로 바꾸기 위해서 위키백과 검색결과를 최상단에 노출하는 일을 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최상단에서 제외된 것은 위키백과 컨텐트를 상단에 노출하는 동안,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만든 네이버 백과사전(오픈백과)의 컨텐트를 충분히 모았기 때문이다. 또, 위키백과를 이용하기 위해 다른 검색엔진을 쓰던 사용자가 네이버 검색에 충분히 길들여졌다고 판단한 네이버의 자신감도 반영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올블로그-네이버 협정을 살펴보자.
올블로그(http://www.allblog.net/)는 블로그 글을 모아 보여주는 규모가 제법 큰 메타블로그(MetaBlog) 전문서비스다. 네이버는 2007 년 가을에 올블로그와 컨텐트 계약을 맺는다. 사용자는 네이버에서 검색하여 올블로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올블로그 회원의 블로그에 접속한다. 올블로그 툴바를 통한 형태였기 때문에 접속 웹주소는 올블로그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올블로그 서비스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올블로그 서비스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이를 뒤늦게 깨달은 올블로그는 6개월 뒤인 2008 년 봄에 계약 연장을 포기한다.
좀 더 확대하여 살펴볼 때, 사용자의 이용습관을 바꿀 수 없는 아프리카(http://www.afreeca.com/) 같은 서비스는 아예 검색을 차단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명했지만 과연 그런 것이었을까? (아프리카를 차단한 또다른 이유는 민주당 지지자인 아프리카 사장에 대한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들어 아프리카 사장이 구속됐으나 법원에 의해 무혐의 판결을 받았던 일과 관련된다.)
이렇게 네이버는 정보를 모으고, 사용자를 붙잡아두면서 성장한다. 파워유저는 네이버를 떠난다. 네이버가 2008 년에 파워블로거 1083 명을 뽑았을 때, IT 분야처럼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블로거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은 파워유저가 얼마나 많이 이탈했었는지 잘 보여준다. 지금도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IT분야 파워블로거는 그냥 구색을 갖추기 위해 넣어놓은 양념이다. 네이버 IT블로거 대부분은 IT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광고블로그다. 네이버 파워블로거는 여행/문화 등 큰 전문성이 필요없이 자기 지식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분야이거나 초반에 문성실 님 때문에 주목받아 주부가 대거 유입된 요리 분야 정도에 몰려있다. 그마저도 최근엔 광고블로그에 가깝다. 앞으로 살펴볼, 네이버에서는 광고하지 못한다는 기존 네이버 정책대로 광고하는 블로그를 배재한다면, 네이버의 IT블로거와 와이프로거 등은 네이버 파워블로거에서 거의 모두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는 NHN이 세계로 진출하는 길을 막았다. 이 부작용은 중요하므로 앞으로 시간을 좀 더 갖고 살펴봐야 하겠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네이버는 UX와 검색습관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개념을 사용하여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을 특이하게 구축했다. 그리고 스스로 창조한 세계을 지켜왔고, 그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여타 서비스는 사실상 통제하려 했다. 이 통제는 우리나라 인터넷을 기형적 구조로 바꾸어 놓았다.
앞에서 네이버가 만든 새로운 개념의 장점을 살펴봤으니, 이번엔 문제점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웹 서비스는 2008 년까지 Active-X가 광범위하게 쓰였다. 작은 업체에서 네이버나 다음같은 대형 포털도 포함되던 이야기인데,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도 역동적인(?) 웹사이트를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정부가 Active-X 사용을 장려하고, 정부 웹사이트에는 반드시 사용하게 규정함으로써 사용자 컴퓨터가 지저분해지고, 악성코드가 풍년이 드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7
이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빠른 인터넷 회선 속도를 바탕으로 한 웹서비스 속도 저하 등도 우리나라를 고립생태계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회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웹페이지를 복잡하게 만들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같은 웹페이지를 인터넷 속도가 느린 외국에서 접속하면, 데이터 전송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느려져서 사용하기가 힘들어진다. 결국 한국 웹과 외국 웹의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이런 환경이 한국 인터넷을 세계와 동떨어진 고립생태계로 바꾸었다.
그런데 고립생태계 안에 또다시 섬이 존재한다. 바로 네이버! 그런데 네이버는 우리나라 시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서비스이니, 어쩌면 섬이 아니라 거대한 대륙인지도 모르겠다. 왜구를 막기 힘들다는 이유로 도서지역을 비우도록 한 조선 정책처럼, 네이버는 주변 공간을 모두 비우려는 정책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선 정책의 결과로 대마도를 일본에 뺐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 크롤링
웹생태계의 고립은 크롤링과 관련이 가장 크다. 크롤링은 봇(Bot)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으로 인터넷에 있는 컨텐트를 수집하는 것(행위)을 말한다. 크롤링 하려면 대상이 되는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에서 봇의 접근을 허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포털인 네이버, 다음, 야후, 엠파스, 네이트는 외부 업체의 크롤링을 철저히 막고 있다.
더군다나 경쟁업체가 규약을 깨고 네이버 내부 정보를 봇이 가져가려고 하자 컨텐트를 가리키는 웹주소를 수시로 바꾸기도 하고, 스킨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는 등 가져간 자료를 도저히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또, 컨텐트를 백업/업로드하는 것도 지금까지 계속 막고 있는데, 이는 광범위한 펌이 일어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세 가지 검색 노출 정책
2008 년까지, 네이버 검색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 펌글 우선 노출
알바가 펌질한 컨텐트는 물론이고, 대중이 펌질힌 컨텐트에도 네이버는 일관된 검색 정책을 취한다. 펌글을 검색 결과의 맨 앞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대중이 많이 펌한 컨텐트일수록 많이 관심받는 좋은 컨텐트다라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좋은 검색기술을 가진 국내 업체가 없던 당시에는 없는 기술을 대신할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처음 써진 원본 컨텐트가 뒤로 밀리기 때문에 네이버 검색 결과만 보고선 어떤 것이 원저작권자의 컨텐트인지 알 수 없다. 당연히 저작권자 컨텐트는 (펌족을 제외한) 누구의 방문도 받지 못한다. 저작권자는 더 이상 컨텐트 생산을 하지 않게 되면서 우리 웹생태계는 점차 축소되고, 펌글만 볼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정책의 부작용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점이 정말 심각한 이유는, 앞에서 말했던 네이버 검색화면을 편집하는 알바는 어떤 것이 원본인지 모르지 않았을 거란 점이다. 그럼에도 펌글이 먼저 노출되는 것은 네이버 시스템이 이유가 아니라 사용자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네이버 내부 정책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네이버가 원본 글을 검색에 잘 노출시켜주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외부 글을 검색에 잘 노출시켜주지 않는다. 블로그를 예로 들자면, 네이버 검색을 통해 하루에 몇천~몇만 명이 네이버 외부 블로그에 방문하게 되면, 네이버는 검색결과를 편집해서 방문자 수가 늘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지금도...
- 검색 개수 제한
네이버는 검색결과를 항상 천 개까지만 보여준다. 항상 그래왔다. 구글은 수천만 개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왜 네이버는 천 개만 보여주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듯이 네이버가 검색기술이 없기 때문일까? 검색기술에 대해서는 뒤에 살펴보고, 개수를 제한해서 나타난 부작용부터 살펴보자.
검색 개수 제한 정책과 펌글 우선 노출 정책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비즈네트웍스가 백신 pcclear를 제공하며 일으킨 2007 년 사건을 살펴보자.
이비즈네트웍스는 pcclear를 무료백신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문화관광부가 추천하는 목록에도 들어있을 정도로 유명한 백신이었다. 그러나 이 백신이 정상적인 백신이 아니었기에 심각성이 있었다. 백신으로서 악성코드나 컴퓨터 바이러스같이 사용자가 찾아 치료해주기를 원하는 것을 pcclear는 찾지 못했다. 오히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속이며 결제창에 결제하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많은 분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다가 검찰에 의해 고발된 닥터바이러스를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2008 년 이후, 1 년에 한두 번씩 계속 이런 업자들이 구속되고 있다. 올해도 수십억 원을 사기친 일당이 구속되었다.) 당연히 많은 사용자가 불만을 가졌고, 불만사항과 경험을 각종 사이트에 쏟아냈다. 그러나 이비즈네트웍스는 사용자의 불만사항을 네이버의 펌글 우선 노출과 검색 개수 제한을 이용해 해결한다. 우선 자사 이름과 제품 이름이 들어간, 비슷비슷한 컨텐트를 자기들이 만든 블로그와 카페에 매주 수백 개씩 등록한다. 지식iN에 답글을 붙이고, 자문자답하기도 했다. 결국 네이버 정책에 따라 펌질된 글만 검색에 잔뜩 노출되고, 진짜 소비자의 글은 1000 개 밖으로 밀려난다. 결국 소비자가 이 백신에 대한 검색을 시도했을 때 다른 사용자가 올린 글은 찾기 매우 힘들다.
2007 년에 네이버에서 'pcclear'로 검색한 화면
물론 이때도 다른 검색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진짜 사용자의 글을 찾을 수 있었지만, 네이버 검색점유율이 80%를 넘어가고 있었으니 다른 검색사이트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러한 네이버 정책 덕분에 우리나라 백신 숫자는 지금도 수백 개에 달한다. 물론 검출과 치료를 어느정도 할 수 있는 백신은 열몇 개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 백신은 모두 사기백신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네이버 덕분에 사기백신이 창궐하게 된다. 네이버는 이 정책을 2008 년에서 2009 년 사이에 수정하게 된다.
또 이 사이 정보통신법이 바뀌어 간편하게 명예훼손과 저작권법 위반에 의한 임시차단조취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비즈네트웍스는 수많은 컨텐트를 등록하는 방법을 그만두고, 다른 기업이나 정치인처럼 원하는 글을 직접 삭제한다. 이비즈네트웍스는 더 많은 백신을 만들기 위해 아이앤티미디어랩을 설립하고, 매년 열 개 이상 백신을 계속 만든다.
2009 년 11 월에 아이앤티미디어랩과 이비즈네트웍스에 대해 분석한 내 글이 공개된 후, 12 월에 내 글을 정보통신법으로 직접 삭제하려고 시도하지만, 당시 내 블로그가 구글이 운영하는 textcube.com에 있었기 때문에 삭제에 실패한다. 이에 아이앤티미디어랩은 2010 년 2~3 월에 2006 년에 쓰던 방법으로 내 글을 네이버 검색결과에서 제거하려고 시도하지만, 이번엔 2009 년에 바뀐 네이버 검색정책 때문에 내 글을 검색결과 상위에서 밀어내지 못한다. 결국 아이앤티미디어랩은 명예훼손 조종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한 이후에야 수많은 백신을 찍어내던 기존의 운영 방식을 바꿨다.
- 광고 금지
2008 년까지 네이버 검색은 또다른 정책이 있는데, 링크 개수 제한, 업체 연락처 공개 금지, 제품과 회사의 이미지와 이름 공개 금지 정책이 그것이다.
링크 개수 제한은 한 글에 하나의 링크만 허용하는 정책이다. 이 글만 하더라도 링크가 열 개 이상 포함되었으니, 당시 네이버에서 이 글을 작성했다면, 글 품질과 내용을 떠나서 네이버 검색에 노출되지 못했을 것이다. 보통 인터넷은 링크로 엮이면서 성장하는 속성을 갖고 있으므로, 네이버가 왜 이런 정책을 취했는지는 뻔하다. 이 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네이버 검색결과를 쓰레기로 가득 채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보통 링크를 둘 이상 넣는 일반 사용자의 유용한 글은 차단당해 노출될 기회가 없는 반면, 네이버 마케팅을 하는 업자가 무조건 규정에 맞춰 링크 하나만 넣어 만드는 컨텐트는 검색 결과에 잘 노출됐기 때문이다.
업체 연락처 공개 금지, 제품과 회사의 이미지와 이름 공개 금지 정책은 인터넷을 광고 홍수 속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정책의 진짜 의미는 검색 키워드에 해당하는 광고를 판매하려 했을 뿐이다. 심지어 2008 년 6 월, 네이버의 유명 블로거 문성실 님은 자기 책의 표지 이미지를 자기 블로그 배경화면에 설치했다가 경고메일을 받는다. 문성실 님의 반발과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의 비판으로 네이버 정책이 바뀌는 계기가 됐지만, 과연 문성실 님이 네이버 파워유저가 아니었거나 공론화시키지 않았으면 네이버가 정책을 바꿨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네이버 정책 때문에 네이버 마케팅이란 직종이 활성화되었다. 네이버 마케팅은 검색엔진에 노출될만한 정보와 광고를, 네이버의 정책을 철저히 지키며 섞어 올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때로는 정책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한다. 네이버 정책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일반 사용자의 순수한 컨텐트는 네이버 정책에 의해 철저히 차단되고, 막상 차단돼야 할 나쁜 컨텐트는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네이버 지식iN과 블로그와 카페의 컨텐트 질은 점점 낮아졌고, 네이버가 검색할 데이터를 검증하던 기존 방식을 적용할 수 없게 됐다. 자승자박이랄까?
지금은 광고 금지 조취가 많이 완화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글 애드센스나 알라딘 TTB 등의 외부 광고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 붙이지 못한다. 펌글 우선 노출 정책은 고쳐진 듯 보이지만 아직 불완전하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원본이 있는 사이트에 방문자가 많이 가면 검색 결과에서 삭제하고, (앞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글이 네이버 내부와 외부에 동시에 올라 있다면 외부 글이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네이버를 고립시키는 성벽이다. 네이버로서는 현명한 정책인지도 모르지만, 넓은 세상에서 군사력을 키운 외국 사이트는 많다.
◎ 블로그 RSS 제한과 백업 불가
네이버 블로그도 다른 블로그 서비스처럼 RSS를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블로그 서비스나 툴은 RSS에 얼마만큼 컨텐트를 넣을지, 심지어 포스트 전체를 넣을지 옵션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여, 네이버 블로그는 무조건 각 포스트 앞부분 글자만 짧게 넣어준다. 이는 컨텐트를 외부 사이트로 넘겨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또 블로그를 외부 서비스로 이사할 수 있도록 자료를 백업하는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2007 년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백업기능은 구현제공되지 않고 있다. 예전에 네이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네이버는 기능은 1~2주면 구현할 수 있지만, 그 기능을 공개했을 때 사회적으로 나타날 파장에 대한 염려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많다.'고 한다. 블로그 백업기능도 구현되었지만 공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가 백업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웹에 노출되는 자료는 모두 사용자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으므로, 데이터를 다른 사이트로 옮기는 프로그램이나 웹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 컨텐트를 백업해서 다른 블로그 서비스로 올려주는 사이트나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블로그 스킨 구조를 빈번히 바꾸면서 이런 시도는 무력화되었다. 펌에 대한 정책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
이와 유사한 것이 openAPI라는 것이 있다. openAPI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외부에서 사이트에 데이터를 올리거나 사이트 자료를 외부로 가져가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에서 증권 현황을 본다던지,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도 위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보여주는 앱이 openAPI를 활용해 만든 서비스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외부 서비스의 openAPI를 이용하기는 해도, 네이버 openAPI를 이용하는 외부 서비스를 찾기는 힘들다.
② 경쟁자 제거
◎ 검색엔진 첫눈
나는 첫눈과 네이버의 M&A가 발표되기 열흘 전에 '네이버와 첫눈'이라는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첫눈과 엠파스(http://www.empas.com/)라는 두 기업은 국내외 여러 업체의 인수합병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독자적으로 생존하기에는 좀 작고 무시하기에는 조금 큰, 예민한 크기의 서비스이기 때문일까요? 그 중에서 첫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구글은 최근들어 미국 검색시장을 60% 가까이 점유하며 지배하고 있습니다. 2위인 야후와 3위인 msn을 합해 비교해도 월등히 앞서는 상황이지요. 우리나라의 네이버 정도 되는 서비스입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을 때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검색엔진이 구글이란 이야기지요. 하지만 구글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려고 우리나라 시장에 돌맹이를 한 개 던져봤는데, 그 돌맹이가 우리나라라는 호수에 퐁당 떨어져 물결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얼음이 짱짱 언 호수에 떨어진 것마냥 통통거리면서 튀어나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구글에게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장이고....
반면 네이버 측에서 생각해 보자면, 첫눈은 별것 아니지만 경쟁사에게 넘어간다면 치명적일 수 있는 계륵같은 존재죠. 첫눈은 세계적인 검색엔진 회사인 구글과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습니다.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통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서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첫눈은 우리나라 사람이 처음부터 시작한 회사니까 최소한 정서에 실패할 가능성은 적지 않겠습니까? 만약 첫눈이 다른 거대자본, 특히 구글에 넘어간다면 구글 마인드와 한국 정서가 융합되고, 브랜드파워까지 갖추게 되어 네이버에게는 큰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새로운 향수병을 발명해서 특허를 획득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그 향수병을 사용해 보신 분은 없을 것입니다. (계신다면 영광입니다. ^^) 새로운 향수병은 확실히 편리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향수병을 대처할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에 대해서 세계 최대의 향수회사인 샤넬(맞는지 헤깔리네요.)에서 이 특허권을 거액에 완전히 넘겨받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향수회사로 넘어가서 다른 회사에서 이 특허로 향수병이 판매된다면 샤넬로서는 아주 귀찮아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혹시 모를 시장 선도자리를 내줄 수도 있고.... 그래서 방어적인 개념으로 특허를 구입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샤넬도 새로운 향수병을 제품화하지는 않았고, 당연히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한 분도 써본적이 없을 것입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첫눈이 바로 향수병과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냥 놔두면 누군가가 인수해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 같고, 바로 그 누군가는 첫눈이 표방하는 바로 그 구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네이버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만약 네이버가 첫눈을 인수한다면 첫눈은 서비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네티즌은 아직 완성도가 떨어져서 그동안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있게 지켜봐왔습니다. 그런데 첫눈이 정식 서비스도 하지 않고 인수되어 사라진다면 배신처럼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장병규 사장님이 거대 자본이 필요한 검색엔진에 수익도 없이 계속 투자하기도 힘든 상황이지요....
나중에 장병규 님이 "검색엔진이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인 줄 몰랐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첫눈 서비스는 네이버가 일본에 진출하면서 만든 네이버재팬에 적용시키기 위해 아직도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일본에만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한국에는 적용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일본 검색시장은 구글이 2위를 차지하면서 1위 업체인 야후에 검색엔진을 공급한다. 실질적으로 80% 이상을 점유한 것이다. 국내와는 다르게, 앞에서 살펴본 UX와 검색습관이 없는 일본에서는 네이버가 구글에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검색엔진을 연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반대로 국내엔 신경을 덜 쓴다는 뜻일텐데....
눈녹듯 사라진 첫눈과는 반대로 네이버와 합병되어 크게 활성화된 서비스도 있다. 잘 알려져 있는 한게임(http://www.hangame.com/)이 대표적이다. 한게임은 네이버와 합병해 NHN이 된 이후, NHN 수익의 절반을 내고 있다. 명실상부한 NHN의 대표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합병한 두 업체 모두 삼성에서 갈라져나와서 기업문화가 잘 맞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다음과의 분쟁
네이버는 국내의 유력 경쟁자인 다음의 것을 베낀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카페 서비스이다. 네이버와 다음(Daum)의 인터넷카페를 살펴보면 완전히 동일한 서비스란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네이버가 '인터넷 카페'라는 이름을 쓰는 것은 상표권 침해라며 법원에 제소했으나, 법원은 '인터넷'과 '카페'라는 명칭이 보통명사일 뿐이고, 또 이 둘이 합한다 하여도 뚜렷하게 독자적인 이름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음이 인터넷 카페를 특허와 BM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다음이 소송에서 패함으로서 인터넷 카페는 결국 누구나 구현해도 상관없는 서비스가 되고 말았다.
네이버와 다음의 Javascript sourcecode (출처 : http://www.smartplace.kr/)
베끼기는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관습이라고 할 정도로 종종 발생하는 사건이다. 다음(Daum)도 베낀다. 중소기업인 안철수 연구소도 타 IT회사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정확히는 훔쳤다고)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든지 베끼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업계 1위와 2위 업체 사이에 있었던 베끼기 사건은 살펴보기 씁쓸하다. 8
인터넷 업계에서 네이버가 검색점유율 1위를 차지한 2004 년 이후, 2009 년까지 우리나라 도메인 사용량 점유율 상위 50위까지 살펴보면 새로 진입한 서비스는 딱 두 개로, 다음과 TnC가 공동출자하여 만든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http://www.tistory.com/)와 세계 최초로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한 판도라(http://www.pandora.tv/) 뿐이다. 외국의 웹생태계 변화와 비교해 보면 네이버가 새로운 서비스 등장을 얼마나 철저하게 막아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다.
◎ 우리의 낮은 창업율
네이버는 이처럼 경쟁이 될만한 여러 서비스를 사들이거나 고사시켜왔다. 우리나라 투자자가 벤처 투자의 제일 조건으로 "나중에 포털이 참여해도 버틸 수 있거나 2~3 년 안에 포털에 팔 수 있는 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을 꼽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게 창업 기준이 다르므로, 창업률이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정부 정책이나 복잡한 행정절차, 시장규모나 분위기 등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앞에서 살펴본 네이버 영향과는 비교할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오픈플랫폼에 구글이 다른 경쟁자 포털의 검색기능을 넣지 못하게 핸드폰 제조업체에 압력을 넣었다며 2011.04.15에 다음과 네이버가 구글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러나 네이버, 다음, 구글 사용자인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체적으로 신고자 때문에 우리나라 웹생태계가 교란되어 무너졌다. '이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내세워 돈이 될 만한 비즈니스는 모두 흡수해왔다. 검색광고, 오픈마켓, 음악 서비스, 게임, UCC, 소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구글이 검색엔진 1위인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웹생태계가 무너진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네이버와 다음이 밝힌대로 앱 인증이나 네이버와 다음을 기본 검색자로 탑재한 스마트폰이 구글 검수를 통과하는 시간이 좀 길어지는 것이 대수인가? 지금까지 네이버와 다음이 해온, 경쟁사를 완전히 고사시킨 행위와 비교한다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기사대로 '제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본다'는 격이다.
우리나라 네티즌의 선택도 관심있게 살펴봐야 한다. 좋은 한글 서비스가 생기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 스스로가 네이버 안에서만 활동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스스로 네이버 밖으로 나갈 때 비로소 스스로 원하는 새로운 한글 서비스가 커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3. 네이버 검색은 공정한가?
네이버가 국내 검색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후에 네이버 정책에 작은 사이트들은 일희일비하였다. 이는 미국의 여러 웹사이트가 세계적인 검색서비스 구글의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러나, 네이버와 구글의 검색기준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
① 검색 차단
네이버는 원하지 않는 웹사이트와 컨텐트를 검색결과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이런 차단기능은 일찍부터 기업, 정치인 등이 활용하였는데, 특히 선거철에 보수 정치세력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유리한 것은 추가되고, 불리한 것은 삭제되는 방향으로 편집되었다. 반대로 진보진영 쪽에 속하는 후보와 정책은 극히 일부만 노출된다. 꼭 검색에서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경쟁 후보를 인물 목록에서 뒷 페이지로 보내거나 검색창의 자동완성기능에서 제거하는 등의 방법도 사용한다.
네이버가 삼성 사내벤처에서 출발해서인지 삼성과 관련된 뉴스들을 철저하게 걸러내는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의 탈세, 불법상속, 삼성 순환출자 등의 논란이 일만한 뉴스를 철저히 차단했었다.
이 문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9 년 프로그래머가 봇을 이용해 검색 순위를 조작하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이런 문제는 꼭 외부인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네이버 스스로 검색 순위를 조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행위는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있는 날 검색어 순위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기만 해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차피 네이버에 의해 계속 조작되는 순위를 좀 조작했다고 그 프로그래머를 처벌할 수 있는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다.
검색 차단과는 거리가 있지만, 좀 더 폭넓게 살펴보고 넘어가자.
조작은 네이버 안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신정아 씨의 자서전에서 '조선일보 C기자'라고 표기한 것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진성호 기자 이름이 들어간 검색어와 컨텐트를 제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네이버는 요구한 것 이외에도 자동완성기능에 들어 있는 것도 삭제하는 웃지 못할 사태를 벌이기도 했다. NHN은 이를 실수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런 실수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고, 명백히 조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사건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출간되자마자 진성호 기자가 'C 기자는 내가 아니다'라고 하며 발끈했다는 것이다. 아무도 C 기자가 진성호 기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이런 이면은.... 정부와 한나라당에 의해 네이버가 평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네이버가 무슨 일을 벌여도 네티즌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기류는 2006 년부터 이미 관찰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최근 더 심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검색 뿐만 아니라 각종 네이버 사용 정보, 메일 내용 등을 법원 승락 없이 검찰에 쉽게쉽게 넘겨주곤 했다. 여기에 국정원의 패킷 감청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2009 년 gmail 망명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9암호화가 안 되는 네이버 메일, 한메일 등을 쓰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당장 gmail로 옮기라고 권해드린다. 또 네이버에서 가계부나 기획서 작성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도 사용하지 말라고 충고해 드린다. 올리는 순간 그 정보는 이미 네이버 것이다. 이는 다음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일면 공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정부의 선동장이다.
이미지 출처 : impeter 블로그
② 검색 포함
특정 사이트가 검색 결과에 포함되기를 원할 경우엔 기본적으로 사이트 등록신청을 해야 한다. 네이버 특정 페이지에서 사이트 정보를 입력하면, 네이버는 자체 심사 이후 사이트 컨텐트를 검색 결과에 포함시킨다. 하지만 사이트 등록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봇에는 링크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사이트를 추가하는 자동확장 기능이 있기 때문에 검색에 자동으로 포함될 수 있다.
네이버에 사이트 등록된 블로그 삭제 신청. 그러나 일주일만에 다시 검색되기 시작했다.
등록된 사이트를 삭제할 수도 있다. 위 이미지는 2007 년에 운영하던 블로그의 등록을 삭제신청한 결과를 메일로 받은 것이다. 실제로 일주일간 검색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일주일만에 다시 검색되었다. 메일에 안내된 전화번호로 전화하여 왜 검색되는지 물어봤더니 봇의 자동확장 기능에 의해서 추가된 것이어서 어쩔 수 없으며, 다시 삭제신청을 하더라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안내를 받았다. 당시 어떻게 되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삭제요청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이상 삭제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 꼭지에서 살펴봤듯이, 네이버는 당시에도 원하지 않는 컨텐트나 사이트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었다.
결국 네이버는 자기 서비스의 컨텐트를 외부 봇이 검색하는 것은 원하지 않지만, 외부 컨텐트는 무조건 이용하기를 바랬다.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위의 메일을 보낸 이후 블로그 도메인을 두 번 바꾸었는데, 사이트 등록을 한 적이 없었지만 항상 잘 검색됐다. 그러나 이 글을 작성하기 며칠 전에 블로그 도메인을 'science.binote.com'에서 'binote.com'으로 짧게 바꿨다. 그 이후 edonkey 서버 포스팅이 네이버 검색결과에 포함됐다. (이 의미는 네이버 봇이 새로 바뀐 도메인을 색인하여 돌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글이 공개된 직후, 네이버 검색에 더이상 아무것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도(1.03 버전으로 수정하던 순간) 저 포스팅과 이 글만 네이버에서 검색된다. 아마도 이 글 때문에 네이버가 삐진 것 같다. ^_^
이후.... 한 달 이상 지나자 이 블로그 글들이 검색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에 공개했던 1.03 버전 글은 검색에서 계속 차단되고 있다. 이 글을 다시 수정하여 공개하면서 네이버 검색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③ 네이버 검색기술 미비 문제
네이버에서 펌글이 원본보다 먼저 나오거나 1000 개로 제한된 것을 네이버 검색기술 미비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네이버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검색기술 미비 자체가 고의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감출 수 없다.
다음 블로거뉴스(지금의 다음뷰)의 외부 블로그 공개와 때를 같이 했던 네이버 외부 블로그 검색 사건을 살펴보자. 지루하고 너무 긴 이야기이므로 간략하게 핵심만 살펴보자.
다음 블로거뉴스는 원래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만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메타사이트였다. 그러던 것이 2007 년 5 월 외부 블로그도 등록을 받기 시작했고, 한국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네이버에서 운영하던 많은 블로거가 블로그를 다음이나 티스토리로 옮기게 만든 사건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다음 블로거뉴스가 구글 애드센스와 묶여 우리나라에서도 프로블로거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맞대응해 2007 년 6 월부터 네이버도 원본을 우선 노출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이를 '복사문서판독시스템'이라고 불렀다. 검색어에 따라 각 데이터 소스의 중요도가 달리 측정되면서 항상 하단에 있던 블로그 포스트 검색 결과가 네이버 검색 최상단에 올라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양질의 글을 생산하던 블로그는 검색결과 상위를 점령했고, 방문자수가 두 배 이상 느는 호황기를 맞는다. 기본적으로 네이버는 검색을 통해 방문자를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을 보내주었고, 다음 블로거뉴스는 가끔 하루 몇만 명의 대박 방문객을 보내주었다. 공중파 방송과 엮여 하루에 100만 명이 넘는 방문자를 맞이한 블로그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네이버의 원본 우선 노출 정책은 8 월에 철회된다. 당시 블로그와 방문자의 수가 급증하여 티스토리 서버가 견디지 못하고 수시로 다운되자, 다음이 네이버에 검색 정책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는 우스개소리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네이버가 검색을 통해 사용자가 외부로 많이 빠져나가자 정책을 번복한 것이었다. 방문자 수가 원래대로 돌아간 이후 몇 달에 걸쳐 원본 우선 노출 정책이 서서히 네이버에 적용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적용된 결과는 블로그마다 몇몇 컨텐트만 우선 노출해 주고, 나머지는 네이버 안의 펌글을 우선 노출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 블로그 방문자 수는 복사문서판독시스템이 가동되기 이전 수준이 그대로 유지됐다. 지금도 이 정책과 이 상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런 모습을 생각할 때, 과연 네이버가 검색기술을 개발할 수 없어서 검색기술이 미비한 것이었는지, 고의로 검색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것인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07 년의 이 사건은 2006 년 인수했던 검색엔진 첫눈의 기술을 적용했다가 기존 정책에 맞지 않는(주주에게 이익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황급히 뒤집은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④ 네이버의 언론 기능
앞에서 봤듯이 네이버는 검색결과를 편집하고, 노출순서를 조작하면서 특정 정치세력이나 특정 회사, 특히 한나라당과 삼성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네이버의 중립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언론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을 때마다 네이버는 자기들은 전달할 뿐, 편집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 역할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기사 제목을 바꾸고, 노출을 결정하는 것이 명예훼손이라는 소송이 있자,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만들어 기사 노출을 언론사에게 넘긴다. (언론은 명예훼손 등에 적용되는 법률 잣대가 다르다. 네이버가 언론이라면 언론에 맞는 잣대가 적용되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겠지만, 네이버는 계속 언론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므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진퇴양란!)
그러나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만들어 뉴스 편집권을 언론사에 넘긴 이후에도 다른 방법으로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이슈는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책에 등록을 결정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번복한 사건이다.(http://blog.naver.com/gotozoo3/117557486) 이 책은 처음 발행됐을 때 많은 관심을 받았음에도 대부분의 언론에서 기사로 다루지 않았고, 다뤄진 것도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차단됐던 전력이 있다. 따라서 <네이버캐스트> 등록을 번복한 것도 이해가 간다. 네이버 담당직원이 등록을 결정하였으나 상부에서 결제가 안 났을 것이다.
2008 년 이슈가 됐었던 검색순위 조작 동영상
이상을 살펴보면, NHN의 활동을 악행이라고 안 보기가 힘들다. NHN은 이밖에도 비슷한 행위를 꽤 많이 했다. 컨텐트 제공업자에게 대금을 주지 않았던 '네이버 미수녀' 사건 정도는 이제 목록에 넣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NHN은 왜 이런 행위를 반복하는가?
이 글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므로 간단히 언급하자. 삼성은 순환출자를 통한 이건희 일가의 권력 유지와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국민과 권력을 호도하는 모습으로, 주식제도의 단점을 가장 잘 보여준 대표적인 예이다. 네이버와 한게임은 삼성 문화 속에서 생겨났기 때문인지 삼성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삼성의 적자이다. 역시 주식제도의 단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우려해서 미국의 전통이 긴 다단계 회사 암웨이(Amway)처럼 주식회사를 거부하고, 유한회사 체제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NHN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수백 가지라는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했다. NHN 주력서비스는 지식iN, 네이버 블로그, 인터넷카페, 미투데이(me2day), 한게임(hangame)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 중에 NHN이 독창적으로 만들어서 활성화에 성공한 서비스가 몇 가지나 될까? 하나씩 살펴보자. 지식iN은 한겨레 디비딕(DBDic)을 따라 만든 서비스이고, 네이버 블로그가 만들어진 2003 년 7 월엔 포털인 엠파스 블로그(2003 년 6 월 런칭)를 비롯해 1 년 이상 운영되고 있던 다른 블로그 서비스가 이미 많았었다. (더군다나 네이버 블로그는 지금도 다른 블로그 서비스보다 불안정하다.) 인터넷카페는 앞에서 살펴봤듯이 다음을 따라한 것이고, 미투데이(me2day)와 한게임(hangame)은 외부 업체를 M&A한 것이다. 네이트(Nate)처럼 NHN도 스스로 만들어 성공시킨 서비스가 없다.
이는 중요하다. 네이트가 싸이월드란 중심 동력을 하나 잃자 위기에 몰린 것처럼, NHN도 지식iN이나 웹검색 중에 하나를 잃는다면 심각한 위기에 몰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증거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으로 밀어붙인 미투데이는 홍보도 거의 안 한 트위터에 밀려 실패했다. 지식iN, 네이버 블로그, 인터넷카페는 네이버 마케팅이라 불리는 노이즈로 인해서 자료 품질이 떨어져 더이상 검색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네이버에서 발표한 파워블로거 목록은 마케팅 업체의 중요 타겟이 되면서 상업적 광고의 창구가 되었다. 파워블로거로 뽑힌 블로그가 아니면 펌글 중심이므로, 이를 검색DB로 사용하는 네이버 검색은 저작권을 강화해 적용하면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으로 변하는 환경 속에서 NHN이 들고나온 대안은 지식iN앱 같은, 옛 방식에 억매인 방법 뿐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현재 상태에서의 네이버에는 한게임만 남은 셈이다. 10
양반은 망해도 3대는 먹고 산다는 속담이 있듯이, 네이버에게는 다행히도 (대부분 펌으로) 쌓아둔 좋은 컨텐트와 사용자 습관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 PC통신 강자였던 하이텔과 천리안이 동시에 몰락했을 때처럼, 타성이 모든 기회를 앗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11
이 글을 쓴 날인 2010 년 12 월 07 일에는 중요한 총리실의 불법사찰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었던 박근혜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졌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검색어가 상위권에 오를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른쪽 캡쳐화면에서 보듯이 가장 끝에 턱걸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 여기까지 작성한 시간 : 2010/12/07 12:32 PM
ps의 ps.
앞의 ps에 대해 키워드 자체가 인기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댓글이 있어서 추가해 둔다.
2011.01.13 이슈는 안상수 아들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 사건이었다. 보면 알겠지만 핫토픽 키워드에 아예 등록되지 못했다. 인기가 없어서 안 보인 것일까? 하지만 그 시간에 가장 인기가 있었던 뉴스는 바로 그에 해당하는 연합뉴스 기사다. 이래도 네이버 사용자에게 정치가 인기가 없어서 박근혜 불법 사찰이 핫토픽 키워드 상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서도 사실은 가장 많이 본 뉴스 목록의 순위도 조작하고, 노출 제목도 마음대로 바꾼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ps. 참고해서 읽어볼만한 글 : 도아 님의 '네이버에 유독 펌로거들이 많은 이유'
- UX는 우리말로 '사용자 경험'이라고 번역된다. 아직까지 정확히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사용자가 학습을 적고, 쉽고,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메뉴와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라는 정도의 뜻이다. [본문으로]
- 지식인 런칭 초기에 활용한 댓글 알바 수는 800여 명, 2009 년쯤엔 300여 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알바 숫자는 계속 변했으므로, 이 수치들이 갖는 의미는 별로 없다. [본문으로]
- 결국 블링크는 스팸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2009 년 12 월 22 일 종료됐다. [본문으로]
- 물론, 이전의 인터넷 문화 자체가 펌을 장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2005 년 12 월에 각 블로그 사이트의 '펌'글의 비율을 조사했을 때 모든 포털 블로그의 펌글 비율이 스스로 작성한 글보다 더 많았다는 것은, 네이버가 펌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기보다는 당시의 네티즌 성향이 그러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이런 네티즌의 성향을 처음 간파하고 잘 이용한 것이 네이버였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 네이버는 이 글이 공개된 직후부터 이 글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왔다. 그러나 반 년이 넘도록 이 글에 언급된 불펌 블로그인 돈마니 블로그에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 다음은 네이버의 급격한 성장을 '유치한 학생의 과제 검색' 정도로 치부하는데, 이는 학생이 커서 결국 성인이 된다는 것을 생각지 못한 근시안적 시각이었다. [본문으로]
- 꽤 실력있는 프로그래머 친구 말로는 Active-X 사용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고, 당시 웹서비스 구축 습관이었다고 한다. 다른 방식으로 구축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운영자를 설득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본문으로]
- 이 문제의 진위는, 다음도 OpenSource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메일에 사용하였기 때문에 원래는 한메일 Source도 개방했어야 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네이버가 베낀 건 네이버 잘못이다.이 사건에서 다음은 네이버에 책임추궁을 하지 않았다. 내부 상황은 모든 포털이 다들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 국내 포털의 메일 서비스를 쓰던 주요 인사들이 기존에 쓰던 메일을 버리고 대거 gmail을 쓰기 시작한 사건이다. 전반적으로 큰 흐름의 변화는 없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많이 활동하는 사람들의 메일주소에 gmail이 급격히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본문으로]
- 저작권을 강화해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출간되는 서적 대부분은 저작권이 강화되는 순간 해적판이 될 것이다. [본문으로]
- 잘 나갈 때의 경험이 중요한 환경 변화에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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